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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일기


우리는 몸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아니 자기 몸에 대해 뭘 말할 수 있을까. 성인의 뼈대는 총 206개이고 1,000억 개에 달하는 신경 세포를 가지고 있다는 기계적 설명이나 인간 유전자 지도(게놈 프로젝트)가 인간에 대해 어떤 사실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우리 자신을 설명해 줄 수는 없다. 우리가 자신의 이야기를 끝없이 하고 각종 장르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것도 이 때문인지 모른다. 이 책의 주인공 리종의 아버지는 말한다. 「요즘 의사들은 몸에 손을 대려고도 하지 않더군. 의사들에게 몸은 아주 단순한 것, 세포들의 조합일 뿐이지. X선 촬영, 초음파 검사, 단층촬영, 피 검사의 대상, 생물학, 유전학, 분자생물학의 연구 대상, 항체를 생성해내는 기관. 결론을 말해줄까? 이 시대의 몸은 분석을 하면 할수록, 겉으로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덜 존재한다는 거야. 노출과 반비례하여 소멸되는 거지. 내가 매일 일기를 쓴 건 그와는 다른 몸, 그러니까 우리의 길동무, 존재의 장치로서의 몸에 관해서란다.- 2010년 8월 3일 리종에게 보내는 편지」
그래, 리종, 이건
오로지 내 몸에 관한 일기란다.

배설, 성장통, 성(性), 질병, 노화, 죽음
가식도 금기도 없는 한 남자의 내밀한 기록
소설처럼 의 작가 다니엘 페나크가 차린 ‘삶’의 성찬!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사랑하는 딸에게 남긴 선물. 그 선물은 바로 평생 동안 몰래 써온 일기장 이다. 30년 가까이 중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친 선생님, ‘말로센 시리즈’와 어린이 책 ‘까모 시리즈’ ? 소설처럼 학교의 눈물 의 작가, 기발한 상상력과 소박하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으로 대중성과 문학성을 두루 인정받는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나크의 장편소설 몸의 일기 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2012년 출간 당시, 제목부터 독특한 이 소설은 프랑스 서점가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몸’의 일기라니…… 도대체 몸에 관해 일기를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투병기? 건강을 지키는 비법? 아니면 몸을 멋지게 가꾸는 비법? 페나크는 놀라운 발상과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성실성으로 문학에서는 낯설지만 동시에 우리의 삶에서는 익숙한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한 남자가 10대에서 80대에 이르기까지 ‘존재의 장치로서의 몸’에 관해, 몸이 신호를 보낼 때마다 상태를 충실히 기록해온 것이다.(무려 한 남자의 70년이 넘는 삶을 일기로 풀어놓는 작업은 영감 못지않게 성실성을 필요로 하는 작업일 것이다.)

주인공은 아주 진솔하게, 우리가 잊어버리고 사는, 혹은 잃어버린 몸을 직시하고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이건 생리학 논문이 아니라 내 비밀 정원이다 라고 했듯이, 몸에 관해 쓰겠다고 작정하고 쓰기 시작한 일기엔 결과적으로 그의 전 생애에 걸친 삶의 애환이 다 녹아 있다.


출간에 부쳐
리종에게 보내는 편지

1. 첫날(1936년 9월)
2. 12~14세(1936~1938)
3. 15~19세(1939~1943)
4. 21~36세(1945~1960)
5. 37~49세(1960~1972)
6. 50~64세(1974~1988)
7. 65~72세(1989~1996)
8. 73~79세(1996~2003)
9. 마지막(2010)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