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걷고 싶은 길 2
작년 이맘 때쯤 시코쿠의 불교 순례길을 다룬 만화 <설마, 지금까지 잘못 살아온 건 아니겠지?>를 재미있게 보았다. 시코쿠의 불교 순례길은 일본 불교의 선각자로 칭송받는 고보 다이시의 발자취를 따라 1번부터 88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88개의 절에 들러 참배하는 길인데, 거리가 장장 1200킬로미터에 달해 완주하는 데 빠르면 한 달, 길면 몇 년이 걸릴 만큼 고된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에서는 1200년 전부터 간절한 소원이 있거나 고칠 병이 있거나 종교나 인생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최근에는 외국인도 적잖이 찾는다고 한다. 여행 작가 김남희의 일본 여행기 <일본의 걷고 싶은 길> 시리즈 2권 규슈 시코쿠 편에는 바로 이 시코쿠 불교 순례길을 저자가 완주한 기록이 나와 있다. 가톨릭의 성지인 스페인의 카미노데산티아고 순례를 마치고 이번엔 불교의 성지를 순례하자는 생각으로 시코쿠 불교 순례길에 도전한 저자는 순례 자체는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만 순례하는 동안 시코쿠 주민들의 사랑과 정성을 느끼는 체험을 한 건 값진 경험이었다고 고백한다. 그것은 오셋타이 라는 시코쿠 순례길 특유의 전통 덕분이다. 시코쿠 주민들은 헨로 라고 불리는 순례자들을 보면 작게는 귤 한 알이나 100엔짜리 동전부터 식사, 잠자리까지 대접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어 지키고 있다. 저자는 외국인인 데다가 일본말도 잘 못하는 자신에게 먹을 것이며 쉴 곳을 거리낌 없이 내주는 일본인들의 배려와 정성에 여러 번 감동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이후 저자가 일본에 관해 공부하고 몇 번에 걸쳐 일본을 들락날락하며 일본 여행기를 쓰는 계기가 되었다. 하도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해서 순례에 도전할 엄두는 나지 않지만, 저자가 극찬한 카가와 현의 우동을 꼭 맛보고 싶고,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온천의 모델이 된 곳이 있다는 에히메 현의 수도 마쓰야마에도 가보고 싶다.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아 행복하다.
도보여행가 김남희가 2년 만에 펴낸 걷기여행 신작북으로 홋카이도에서 혼슈, 규슈, 시코쿠를 거쳐 남으로 오키나와에 이르기까지, 2년에 걸쳐 일본 최고의 걷기 여행 코스들을 찾아 헤맨 도보여행가 김남희의 도보여행기 제 2권. 김남희 특유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유려한 문체와 정감 넘치는 입담으로 일본 열도 전역의 주요 트레킹 코스를 소개한다. 규슈에서는 수령 1천 년이 넘는 삼나무만 2천여 그루가 살고 있는 ‘야쿠시마 섬’ 등을 오르고,도시 전체가 미적 품격을 갖춘 ‘마쓰모토’, 세월을 거슬러 에도 시대로 돌아간 듯한 역참 마을 ‘쓰마고’와 ‘마고메’, 일본 정원의 교과서로 불리는 소겐치 정원이 있는 ‘덴류지’와 대나무숲길 ‘지쿠린’, 주민들이 살기 좋은 마을이 훌륭한 관광지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후인’등을 여행하며 자연과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한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꼼꼼한 성찰, 걷기 여행에 관한 빛나는 아포리즘도 담겨있다.
1부 규슈 · 신들의 정원
신들의 세계를 허락 없이 기웃거리다 _ 야쿠시마
일본 최고의 관광지가 이토록 소박하다니 _ 유후인
2부 오키나와 · 상처 받은 낙원
일본 속 이방인의 나라 _ 오키나와 본섬
남쪽으로 튀어 _ 이시가키 섬과 이리오모테 섬
3부 시코쿠 · 천 년의 옛길
미운 나를 버리고 새롭게 채워 돌아가기를 _ 1번 료젠지~11번 후지이데라
순례자의 지팡이가 되어주는 사람들 _ 12번 쇼산지~23번 야쿠오지
길 위에선 만남도, 헤어짐도 잠시 _ 24번 호쓰미사키지~30번 젠라쿠지
일본에 끌리는 내 마음은 아직 반쪽짜리 _ 31번 지쿠린지~40번 간지자이지
가슴속 번민과 질문을 길 위에 잠시 내려놓고 _ 41번 류코지~74번 고야마지
순례길은 끝나도 인생길은 계속된다 _ 75번 젠스지~88번 오쿠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