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통감 29
큰일이구나, 내 아들놈들은 저 녀석 말고삐나 잡고 다녀야 하는 신세가 될 듯. 사이토 도산이 오다 노부나가와 회견한
후 탄식하며 내뱉은 말로 유명합니다. 뚜렷한 전거가 있는 건 아니고, 야마오카 소하치 등의 역사 소설이 널리 읽힘에 따라 역사
마니아들 사이에서 거의 정사(正史)나 마찬가지로 굳었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이미 일본 전국시대보다 오백 년을 거슬러올라간
시점, 오대십국 후량의 태조 주전충이 이 비슷한 말을 남긴 게 이미 이 <자치통감>, 권위와 정확성을 인정 받는 사서에
나와 있습니다. 난세라면 실력이 부족한 자는 그저 강자에 목숨을 애걸하거나 생명을 잃는 게 정해진 수순입니다.
도산이 노부나가를 불러 담판을 지을 때, 조금이라도 허술한 구석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허물을 든 뒤 꾸짖으며 "베어버리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일대에 퍼진 평판이란 것도 "큰 멍청이" 정도였고, 도산 자신의 정치적 이해도 이 오와리를 한시라도 빨리 평정하는
쪽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노부나가는 적진에서 불귀의 객이 될 운명이었다는 게 사정을 아는 이들의 일치된 예상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부나가는 기가 죽긴커녕, 평소의 미친 행색과 거동은 어디갔는지 없고, 살아 있는 눈빛과 절도 있는 거동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도산은 오히려 밑바닥부터 올라 온 사람이기 때문에, 천덕꾸러기였을만정 대영주의 아들인 노부나가와는 처지가 달랐습니다) 늙은
살모사를 오히려 압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현대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의 상상력에 따르면, 도산의 마음을 읽고 있다는 듯, 차분하게
발을 디디며 나지막한 음성으로, 불필요한 과장 없이 응대하는 모습이, "이런 나를 벨 수 있으면 베어 보시지."라고나 하는
투였다고 합니다. 완전한 자신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처신이었습니다. 호들갑이나 흥분보다는, 이런 침착함이야말로
상대를 압도하는 비결이 되었나 봅니다. 필생의 라이벌이었던 사타 군벌의 이극용이 죽자, 주전충은 "이제야말로 천하는
내 것이다!"를 외치며 때이르게 샴페인을 터뜨렸습니다. 초상을 치르고 분위기가 잔뜩 가라앉아 있을 타이위안을 치면, 비로소
중원의 판도는 용호상박의 오랜 양자 대결 구도가 해소될 것이라는 게 후량 태조의 예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주전충은 낙관적 기대에
마음껏 젖었을 뿐, 전망을 행동에 옮기는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축제분위기에 흠씬 빠져 있던 변경을, 이극용이 가장 총애하던 아들
이존욱은 바로 지금, 적이 완전히 방심하고 있는 순간 치고들어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존욱은 비록 나이는 어렸으나, 아버지
대(代)부터 정권을 섬겨 왔던 측근과 휘하 장병들은 그의 리더십에 대해 의심하는 바 없었습니다. 전장에서 평생 잔뼈가 굵어 왔던
그들은 "바로 지금이 천기!"라는 그의 제안에 동의하여, 질풍처럼 변량을 향해 짓치고 들어갔습니다. 강남으로
도피하여 임안에 남송을 세운 고종은 평생 동안 성 불구 증세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이유는 그가 한가로이 색(色)에 탐닉하고 있던
바로 그때, 금(金)의 대군이 물밀듯이 남하하여, 우리가 잘 아는 바 정강의 변을 일으켰고, 남성 임포텐츠가 흔히 그런 원인에서
비롯하듯 행위 당시의 충격에 대한 기억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면 평생을 두고 당사자를 괴롭히는 질환이 되는 거겠죠.
주전충의 이후 성생활은, 양자의 여인을 가로채어 희롱했다는 기록이 있는 걸로 보아 큰 문제는 없었는지 모르지만, 군사적 기백은
호된 충격으로 인해 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아들을 낳으면 마땅히 저 존욱과 같은 녀석을 낳아야 한다. 극용의 저 호랑이 같은 자식놈에 비하면, 우리 집안 녀석들은 대체 뭐란 말인가?"실
제로 주전충은 아들들의 실력에 대해 크게 못미더워했는지, 양자를 자기 후계로 세우려다가 참극을 맞이한 채 죽었으며, 그의 체제도
거의 동시에 붕괴되었습니다. 아버지 때부터 필생의 원수로 여겨 오던 주전충의 세가 이처럼 몰락했으니, 이제 존욱이 통일한 천하가
중원과 화하를 내리덮는 건 시간 문제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군사적 정정 불안이 일단 소강 상태를 보이자, 존욱의 영명한 천성은
금세 흐릿한 먹구름에 덮였고, 거란의 도전 등 당면 과제를 등한히한 채 유흥에만 몰입하다, 끝내는 애써 세운 황조의 기틀을 잃고
맙니다. 이래서 금방이라도 통일될 것처럼 보였던 천하 그 향방은 다시 미궁으로 빠져 들고, 석경당이라는 세기적 민족 반역자의
출현으로 중국 역사에는 큰 상처 하나가 아로새겨집니다.
자치통감(資治通鑑) 은 송나라 때의 사마광(司馬光, 1019~1086)이 쓴 편년체(編年體) 통사(通史)이다. 자치통감 이란 말을 해석하면‘정치에 자료가 되는 통시대적(通時代的)으로 거울이 될 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자치통감 은 중국에서 출간하자 곧 고려로 전해질 정도로 정치교과서로서 그 의의가 막강하였다. 김부식은 삼국사기 를 쓰면서 이 책을 참고로 하였다. 또한 고려 말에는 통감 을 직접 간행하기도 하였으며, 왕들은 경연(經筵)을 통하여 읽게 하였다.
옮긴이 서문
권272 후당을 세운 이존욱
등극하는 이존욱의 힘겨운 싸움
후량의 최후와 결전을 결심한 이존욱
후량의 최후와 그 관리를 회유하는 이존욱
배우를 즐긴 이존욱과 도망한 고계흥
권273 이존욱과 스스로 무너지는 후당
후당의 재정과 곽숭도가 세운 황후 유씨
광대를 자사로 삼은 장종과 공겸의 전횡
재욕에 빠진 황후와 누관을 짓는 환관
놀러가려는 촉주와 항복하는 군대
권274 전촉 정벌 후 계속되는 혼란
멸망한 전촉과 왕종필
암살된 곽숭도와 위박군의 반란
전전긍긍하는 장군과 토벌 명령을 받은 이사원
독립하는 이사원과 백척간두의 이존욱
권275 후당 황제에 등극하는 이사원
장종의 피살과 황제에 오른 이사원
거란 야율아보기의 죽음과 술율후의 조치
왕연한의 칭왕과 내부 분열
안중회의 맹지상 그리고 위주아병의 반란
권276 권력을 잡은 안중회와 오의 칭제
초의 독립과 오의 칭제 그리고 안중회와 공순
왕도의 반란과 왕안구, 그리고 거란의 완패
분신자살한 왕도와 겸손한 왕안구
명목뿐인 초왕 마은과 서지고·서지순의 알력
권277 동·서천의 반란과 안중회의 죽음
안중회의 황제 압박과 동장의 발호
동장·맹지상의 반란과 촉 정벌을 실패한 석경당
실각하는 권력자 안중회
안중회의 죽음과 동장·맹지상의 이별
맹지상에게 죽은 동장, 그 후의 다툼과 계책
권278 이사원의 죽음과 촉의 맹지상
반독립한 맹지상과 외직을 맡은 석경당
교만해진 군사들과 제왕 행세하는 맹지상
이종영과 이종가의 활동
나약한 이종후와 촉에서 황제에 오른 맹지상
권279 이종가의 등극과 하극상의 민
조명을 거부한 이종가와 토벌하려는 조정
쫓겨난 황제 이종후와 황제가 된 이종가
주군이 바뀐 촉과 오의 서지고
실권을 쥔 유연황, 민의 왕창, 오의 서지고
오대십국분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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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십국 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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