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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구할 것인가?

naosn 2024. 2. 1. 15:11


참으로 흥미 있고 재미있다. ‘전차 문제’(The Trolley Problem)는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의 하버드대 강의 동영상으로 이미 알고 있었고, 나도 윤리 수업시간에 ‘공리주의’를 설명할 때 예시로 소개했었다. 5명의 목숨과 1명의 목숨 중 누구를 살릴지 선택할 (정확히는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택‘해야만’ 할) 가상 상황에서, 자신이 선택할 행위과 그 근거를 설명하는 일은 도덕 심리학자인 ‘콜버그’가 제시한 ‘하인츠 딜레마’(가난한 남편 하인츠가 위독한 아내를 위해 값비싼 약을 훔치는 것은 도덕적으로 정당한가?)보다도 훨씬 난해한 문제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누군가는 생명을 잃기 때문이다.실제로 이런 일이 (나에게) 벌어지길 정말 원치 않고, 벌어져서도 안 되겠지만 이 사고 실험에 적극 참여하는 일은 윤리적 사고와 도덕적 판단, 그리고 합리적 추론능력을 신장시키는데 크게 기여하리라고 본다. 픽션이지만 저자는 신문 기사, 경찰 증언, 배심원 교육, 검찰의 공격, 변호인의 방어, 심리학자의 견해, 주교의 의견서, 교수들의 토론 등 다양하고도 실감나는 장치들을 마련하고, 관련 윤리학 이론들 - 벤담의 공리주의, 칸트의 의무론, 아퀴나스의 ‘이중 결과의 원리’, 유비추론, 지적 설계론, 흄의 회의론, G. E. 무어의 ‘자연주의적 오류’, 기독교의 황금률, 피터 싱어, 프리드리히 니체, 길리건의 배려윤리, 현대 규칙 공리주의, 마키아벨리, 윤리적 상대주의의 한계 - 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독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구성했다. 기존에 ‘칸트 VS 공리주의’ 대결 구도로만 설명했던 내 수업이 이 책에 비해 얼마나 유치한지 스스로 반성했다.아쉬운 건 윤리학 이론 중 매킨타이어의 ‘덕 윤리’는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손잡이를 당긴 이(피고)가 평소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전체적인 품성과 인격 수준의 정보가 배심원들에게 제공된다면 분명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일면 공정한 판단이 아니라는 비판을 듣겠지만, 실제 재판에서도 피고인의 삶의 맥락과 인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결하는 경향이 있다.하지만 어떤 윤리학과 도덕철학의 이론도 이 사고 게임의 정답을 제시해주지는 못한다. 그것이 윤리학과 물리학의 차이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 책의 핵심이라(고 독자인 나 스스로) 생각하는 「재판장의 설명」 중 다음의 언급일 것이다."… 여러 변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도덕적 직관을 논리로 뒷받침하려고 최대한 노력하시기를 촉구합니다."p.s 저자는 후기에서 ‘주저하지 말고 선택하라.’고 했고, ‘아울러 왜 그 길을 선택했는지 말할 수 있길.’(바란다)라고 글로 이 책을 마무리했다. 개인적인 내 답변은 이렇다. 5명의 목숨을 구한 좋은 결과와는 별개로, 손잡이를 잡아당김으로써 1명의 죽음을 야기한 ‘책임’이 분명 대프니 존스에게 있다. 손잡이를 잡아당겼을 때 1명의 죽음을 ‘의도’하지 않았어도, ‘예측’했(거나 적어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존스가 전차를 고장 낸 것은 아니므로 (손잡이를 잡아당기지 않음으로써) 사망할 5명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존스에겐 없다. 하지만 5명을 살릴 목적으로, 손잡이를 인위적으로 당기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을 1명의 죽음에 존스는 개입했으므로 (존스에겐 가혹하지만) 존스는 유죄다. 차라리 (결과적으로 1명도 구하지 못하고 자신까지 사망함으로써 공리주의적으로 볼 때 바보 같은 행위를 한) 故 이수현 군처럼 (타인의 희생이 아닌) 자신의 몸을 던졌다면 평가가 달라졌을 것이다. 존스가 무죄이기 위해서는 손잡이를 당김으로써 1명이 희생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경우에 해당한다.그렇다면 ‘나’라면? 5명을 구하기 위해 1명을 목숨을 희생시킬 권한이나 자격이 나에겐 없다. 좀 더 정직하게 표현하자면 내 행위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용기가 없기 때문에 난 손잡이를 잡아당기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 즉 손잡이를 잡아당기지 않는 것 또한 하나의 선택이므로 난 손잡이를 잡아당겼다면 살렸을 5명의 죽음에 대해 평생 책임감을 느낄 것 같다. 실제로 그 일이 나에게 벌어지지 않는다면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 행위에 대해 도덕적 정당화 작업을 하지 못할 것이다.
도덕적 딜레마 시대를 사는 이들을 위한 탁월한 윤리학 입문서!
전 세계적으로 도덕성 회복에 관한 목소리가 높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불러온 리먼브라더스 사태나 올해 봄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세월호 사건 등은 도덕적 딜레마 상황에서 한 개인의 윤리적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알려준다. 일상에서 갑작스럽게 마주치는 도덕적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어떤 이는 도덕적 직관에, 어떤 이는 그저 느낌에,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행동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해도 되는 걸까? 당장 누군가의 목숨이 내 손에, 내 판단에 달렸다면 그렇게 간단히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누구를 구할 것인가? 의 저자 토머스 캐스카트는 독자를 옴짝달싹할 수 없는 딜레마 상황 트롤리 문제 속으로 끌어들인다. 저자의 유쾌한 문체와 드라마틱한 구성 덕에, 독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책에서 눈을 떼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여러 철학적 난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하고 도덕적 통찰을 다지게 될 것이다.

저자소개
하버드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시카고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뒤늦게 글쓰기로 들어서 철학개그 콘서트 를 공저했다. 현재 1956년을 마지막으로 전차가 운행을 중단한 뉴욕 시에서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머리말: 문제의 전차

신문에 소개된 전말
경찰의 증언
배심원 교육
검찰의 공격
변호인의 방어
교수의 분석
심리학자의 견해
주교의 의견서
이타주의자의 딜레마
교수들의 토론
재판장의 설명
배심원단의 결정
후기: 우리는 어디에 내린 걸까?

감사의 글
참고 자료